선진국 경험에서 배우는 청년실업 대책 선진국 경험에서 배우는 청년실업 대책

양희승 | 2004-07-02 |

선진국들의 경우 청년 실업자의 고용가능성 제고를 위해 직업능력 배양 및 근로기회 확대에 중점을 둔 종합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험으로부터 우리 실정에 적합한 청년실업 대책을 찾아본다.

 

내수침체와 투자부진 등으로 고용창출 능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실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청년실업이 지속될 경우 실업자 개인에게 큰 고통일 뿐 아니라 인적자본의 훼손을 가져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실업난과 경제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됐으며, 특히 유럽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한 때 20%를 상회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럽 여러 나라들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활발하게 실시되어 왔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영국, 덴마크,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선진국의 경험에서 얻은 정책적 시사점들을 우리 실정에 비추어 검토해 보면 우리 경제에 적합한 청년실업 해법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직업훈련 및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라


최근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력수급의 불일치 문제이다. 학력수준의 급격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원하는 인력수요와 노동시장에서 공급되는 인력 간에 불균형이 생겨 결국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실업자 구제라는 사후적 시각보다는 직업훈련과 연수를 통한 실업 예방이라는 사전적 시각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이런 인식에 따라 유럽 각국은 1990년대 초중반 이후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직업훈련과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과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청년 구직자의 직업능력 배양 및 근로기회 확대에 중점을 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들은 고용가능성 향상이라는 중장기적인 목표에 초점을 두고, 단순한 교육 및 훈련의 확대가 아니라 단계적인 과정, 즉 직업훈련·직장체험·일자리 제공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청년들이 직업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실업의 장기화에 따른 인적자원의 손실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청년들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 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청년층 직업훈련을 수요자, 즉 기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노력과 함께, 훈련의 현장적합성 제고를 목표로 현장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산업별 인력수요에 따른 맞춤훈련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직업훈련과 더불어 청년 구직자의 실무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재학생 대상 인턴제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경력직 중심의 채용관행으로 노동수요가 변화하는 추세에 대응하여 인턴제와 같은 근로체험 학습을 통해 직업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력형성을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청년층에 특화된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제공하라


청년 실업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효과적인 취업정보망의 미비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초반부터 효과적으로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연계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방대한 양의 직업정보 검색을 통해 청년 구직자의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는 영국의 직업센터(Job Center)와 미국의 원스톱 센터(One-Stop Center)가 대표적인 취업알선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노동시장에 관한 체계적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청년층에 적합한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청년 구직자에 대한 심층적인 취업상담에 기초한 프로그램이어야 하며, 동시에 직업별로 요구되는 직업능력, 자격요건, 적성 등과 노동시장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담 및 취업알선 기능의 강화를 위해서 청년 실업자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 직업상담원을 육성해야 한다. 단순히 정보제공이나 직업훈련과 관련한 상담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동기부여와 구직기술, 전반적인 구직계획 등 청년들에게 개별적이고 심층적인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직업상담원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들 전문적인 직업상담원은 청년 실업자와 일대일로 접촉하면서 이들의 프로그램 이수 이후의 경제활동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시 밀착상담, 재훈련 및 취업알선 등 고용가능성 제고의 기회를 다시 제공하여 구조적 장기실업화를 예방하는 데 힘써야 한다.

 

 

3. 청년 실업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라


모든 청년 실업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은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 실업자의 연령, 근로능력의 유무,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각자의 상황에 맞는 대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호주의 경우 지원 대상자의 선별을 위해 개별구직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이용하여 대상자를 유형별로 구분한 ‘구직자 분류체계’(Job Seekers Classification Instrument, JSCI)를 1997년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연령, 교육수준, 실업기간, 직업능력 등 실업자의 구직능력에 따라 대상을 분류함으로써 서로 다른 실업정책을 통해 이들의 고용적합성을 제고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 호주 정부는 실업대책 대상의 정확한 식별을 위한 조사기구 및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였고 취업센터에서 구직서비스 제공시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연령별, 학력별 실업률이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그림 2> 참조). 따라서 이들을 그룹화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실업정책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5~19세의 경우 일찍부터 보다 강력한 직업교육과 취업정보의 제공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25세 이상의 실업자에게는 재교육 및 취업연령 제한 폐지 등의 다른 실업대책이 요구될 것이다.

 


4.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청년층 창업을 장려하라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고용흡수력이 높음을 인지하고 오래 전부터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정책들을 개발해 오고 있다.
우리도 대기업에 비해 고용비중이 월등히 높은 중소기업의 작업환경 및 임금·복지수준을 개선함으로써 청년 실업층 및 신규학졸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중소기업에 장비구입, 공장의 신·증축 비용 등을 지원함으로써 생산설비의 현대화 및 자동화를 통해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청년층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금부담을 경감하고, 임금보조금 또는 신규사원 채용장려금을 지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함으로써 청년층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에서의 근로경험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정보,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 특성과 요구되는 기능수준, 구직자의 개인별 특성과 요구사항을 효율적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취업정보망의 구축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청년층에 적합한 창업가능 업종과 기업운영 등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및 훈련을 제공하는 청년 창업 프로그램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창업지원 프로그램’(Real Enterprises Program, REAL)을 통해 사업 아이디어 발굴 및 사업계획서 작성 등 창업 관련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청년들로 하여금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5. 취약 청년층 직업능력 제고에 힘써라


청년층 가운데서도 여성, 저학력자, 장애자 등 취약집단의 취업사정은 특히 열악하므로, 이들 집단에 대해서는 더욱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들도 이들 취약 청년층의 고용적합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10대 후반 연령층을 대상으로 직업교육과 직장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청소년 실업대책과, 미혼모나 장애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취업알선 서비스를 대행해 주고 있는 영국의 취약계층 실업대책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청년들의 직업능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취약집단에 대한 대책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 우선, 청년층 여성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출산과 육아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출산과 육아부담이 집중되는 연령대인 20대 후반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다른 연령층과 큰 차이가 없으나 우리나라는 현저하게 낮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출산휴가시의 급여지급이나 공공 육아시설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저학력자 및 장애자의 직업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들 저학력자나 장애자는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취업하더라도 빈곤층으로 전락하기가 쉽다. 과거 주요 선진국의 실업대책 경험을 보면, 이미 청년이 된 후의 취약집단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청년층 취약집단, 특히 저학력자와 장애자의 고용적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치원 내지 초등학교 연령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식 교육시스템 외의 다양한 대안교육 및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유소년기 취약집단의 직업능력을 키워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고등학교 과정에서의 중간 탈락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탈락한 학생들과 장애자들에 대해서는 일반 학생들에 비해 더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필요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아직까지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좀처럼 실업률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청년층의 취업률이나 경제활동참가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대학 진학률 때문이지만, 그 밖에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활동 포기자들이 많은 탓도 있다. 만약 구직활동 포기자들을 포함해서 청년 실업률을 계상한다면 훨씬 더 높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위기 이후 전반적인 경기위축과 기업들의 신규인력 채용에 대한 신중한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서구 선진국들이 과거에 그러했듯이 고용창출력이 현저히 약화된 완만한 경제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이나 단기적인 정책 처방을 통해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섣불리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일관성 있게 실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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