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다른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하여, 자기 조직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벤치마킹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큰 기업이 작은 기업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여러 조직을 거느린 큰 기업에서는 일부 조직의 성공 노하우와 체험을 다른 조직으로 쉽게 확산시켜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특정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다른 조직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많은 기업들이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공유하고 이를 조직 전체에 적용하여 조직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노력하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패하고 만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사의 지식 공유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응답한 경영자는 불과 1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부 조직 간에 역량을 전파, 이식하는 것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들이 CKO (Chief Knowledge Officer),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등과 같은 지식 자산의 활용을 전담하는 관리자를 두고도, 실제로는 지식의 공유와 전파 작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성원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 공유와 확산, 그 활동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구성원들의 태도와 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흔히 베스트 프랙티스를 모방하고 이식하는데 있어서 매우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또한 베스트 프랙티스에 대해서 스스로가 많이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게다가 여러 베스트 프랙티스들의 장점만을 조합하여 새로운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려는 욕심까지 부린다. 이런 이유로 베스트 프랙티스가 원형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구성원들이 해당 베스트 프랙티스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과신하는 경우에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자세한 내용은, Harvard Business Review. 2002/Jan 참조).
베스트 프랙티스를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성원들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엄격하게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우선 특정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다른 조직에 적용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성공적인 벤치마킹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검토해 보기로 한다.
지식 전이(Knowledge Transfer)의 전형 - Benchmarking
한 조직이 일련의 활동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그 활동을 다시 다른 조직으로 확대 적용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전파’ 즉, ‘지식의 전이(Knowledge Transfer)’가 일어난다. 지식의 전이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기존의 지식으로 그 효과를 배가(Leverage)하는 것이 ‘지식 전이’의 기본적인 목적이다. 실제로 ‘지식의 전이’는 ‘혁신(Innovation)’에 비해,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지식의 전이가 훨씬 더 보편적이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은 바로 지식 전이의 전형이다.
아는 게 병이다
의사 결정에 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것이 예상보다도, 평균보다도 더 잘 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지식과 역량에 대해서도 과대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 보았는지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평균 이상일 것으로 얘기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미래에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평균보다도 높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과 관계에 대한 이해 측면에서도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어떤 일이 발생한 경우에도, 그 일이 왜 그렇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마치 전문가처럼 행세하려고 한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도,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그러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럴듯한 설명을 하려고 애쓴다. 심지어 다른 합리적 이유가 밝혀진 경우에도, 자신이 처음에 설명하였던 그럴듯한 원인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어떤 활동을 통해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그 활동에 대해서 자신이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과신한다. 그래서 그들은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을 오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벤치마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공 기법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벤치마킹을 통해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그 인과관계에 관한 자신들의 이해를 지나치게 과신한 나머지, 이를 바탕으로 변형을 가한 자기들의 시스템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아주 낙관적인 기대를 하곤 한다. 하지만 무모한 과신과 낙관적 기대가 결국 벤치마킹을 망치고 만다.
벤치마킹을 위한 방법들
다른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 대부분 사람들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 보거나 아니면 관련 담당자를 만나 직접 물어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다른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문가라 할지라도 혼자서 베스트 프랙티스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기가 힘들고, 또한 어떠한 2차 자료도 그 베스트 프랙티스의 의미와 내용을 모두 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개는 여러 사람들이 베스트 프랙티스의 일부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그 사람들의 이해와 지식이 모여서 하나로 엮어 질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베스트 프랙티스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전문가를 통한 벤치마킹
베스트 프랙티스를 구성하는 지식과 노하우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이미 구성원들에게 체화(embedded)되어 구성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노하우도 있다. 더구나 구성원들이 드러내기를 꺼려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드러내기를 꺼려 하는 부분은, 베스트 프랙티스에 정통한 전문가에게 아무리 자세히 묻는다 할지라도 결코 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베스트 프랙티스의 핵심 요인이 숨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차 자료에 의한 벤치마킹
이러한 문제는 전문가를 통한 벤치마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자세한 문서와 2차 자료라 할지라도 이와 같은 문제는 똑같이 발생한다. 심지어는 서로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는 2차 자료도 많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문서화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더구나 각 자료마다 작성자의 관점이 다르다면, 담겨 있는 내용과 해석하는 의미도 또한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전문가의 설명과 2차 자료를 통해 다른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거기다 개인의 불완전한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슴없이 수정까지 가해서 받아 들인다. 결과는 어떠하겠는가? 자칫 베스트 프랙티스가 아니라, 워스트 프랙티스(Worst Practice)를 우리가 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전문가의 얘기와 2차 자료에 너무 의존하여 벤치마킹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 없다.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나 2차 자료에 의존하지 말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실제로 베스트 프랙티스가 수행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이것이 베스트 프랙티스의 원형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대로 따라 하라. 그 다음에 관련 자료도 참조하고, 전문가도 만나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베스트 프랙티스를 관찰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자신의 이해와 지식을 과신하지 말라는 점이다. 그것이 오히려 베스트 프랙티스를 똑같이 따라 할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베스트 프랙티스에 대한 자신의 이해(Understanding)와 가정(Assump -tion)을 버리고, 원형 그대로 따라 할 때 다음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로 베스트 프랙티스의 성공 사례를 통해, 그 활동이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변형된 것은 성공을 장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로, 목표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즉 ‘그대로 따라 하기’라는 목적은 실행을 쉽게 만든다. 다른 것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셋째로 기본적인 제도나 물리적 실체만을 베끼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세부적인 활동과 맥락까지도 모두 따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곳에 진짜 베스트 프랙티스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벤치마킹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벤치마킹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선진 기업의 경영 기법을 자사 경영 활동에 도입하여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업간 벤치마킹’이라고 한다.
둘째는 사내 조직의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이를 공유하고, 나아가 다른 조직으로까지 이를 확산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사내 벤치마킹’이라고 한다. 사내 베스트 프랙티스 공유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실패하는 벤치마킹
이처럼 기업들은 해외 선진 기업과 다른 조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원인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베스트 프랙티스 제도와 방법론에 담겨 있는 기본 사상과 맥락(Context)을 이해하지 못하고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그렇다.
둘째, 하드웨어적인 요소만 이식하고, 운영차원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는 제대로 받아 들이지 않은 경우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국가적, 산업적 특수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처음부터 수정된 형태로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넷째, 벤치마킹, 즉 ‘따라하기’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구성원들이 끝까지 신념을 갖지 못하고 벤치마킹을 추진하는 경우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경영에 있어서 남의 ‘성공 경험’을 베끼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따라 하기’를 부끄러워 하는 구성원들에게 GE의 잭 웰치는 이렇게 일갈한다.
다섯째, 이전에 도입한 베스트 프랙티스에서 성공 체험을 갖기도 전에 또 다른 형태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하는 경우 구성원들은 저항한다. 구성원의 혼란과 반발은 결국 벤치마킹을 실패로 만들고 만다.
여섯째, 벤치마킹 성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추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끝까지 따라 해보지도 못한 채 벤치마킹은 중단되고 만다.
이와 같은 6가지 이유로 해서, 기업들은 벤치마킹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벤치마킹의 성공을 가로막는 요소는 조직 내부에도 있다. 다음에서는 벤치마킹을 실패로 만드는 5가지 내부 요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벤치마킹을 방해하는 내부 요인들
한 조직이 다른 조직을 벤치마킹하는 데 있어서, 내부적으로 장애가 되는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베스트 프랙티스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조직의 사람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성공은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자기 조직에 새로운 베스트 프랙티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조직 내에서 좋지 않은 인간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특히 베스트 프랙티스와 관련된 전문가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성공적인 도입은 어려울 것이다.
셋째,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협력이 잘 일어나지 않는 조직에서는, 다른 사람을 따라 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이 따라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혁신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따라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조직에서는 벤치마킹이 성공하기 어렵다.
다섯째, 새로운 지식 습득을 껄끄러워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현재 위치를 고수하는데 급급한 관리자들이 벤치마킹을 책임지고 있다면, 그 조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내·외적으로 훌륭한 베스트 프랙티스가 발견되어도, 위와 같은 5가지 조직 내부의 특성으로 베스트 프랙티스의 도입과 확산은 벽에 부딪히고 마는 것이다.
성공을 위한 가이드
우리는 앞서, 벤치마킹이 성공하기 힘든 13가지 원인을 살펴 보았다(앞의 그림 참조). 그러나 벤치마킹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여 주고, 조직 노하우를 확산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기업이 학습 조직으로 이행하는 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벤치마킹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1. 따라 할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따라 할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모두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과 조직에게 정말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지부터 살펴야 한다.
2. 여러 개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섞어서 벤치마킹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무엇인가 잘못 되었을 때 돌아가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변형되어 버린 것은,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찾을 수 없다. 제록스는 이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 1994년 제록스 유럽 본부는 9개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선정하여, 이를 적극 활용토록 각국 본부에 지시 내렸다. ‘DocuTech’라는 컬러 복사기를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위스 본부가 베스트 프랙티스로 선정되었고, 주요 고객을 유지하는 노하우에 대해서는 포르투갈 본부를 베스트 프랙티스로 선정하였다. 그리고는 특정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특정 국가에 가서 직접 배울 것을 종용하였다. 이와 같이, 베스트 프랙티스의 원형을 일원화하고 이를 그대로 따르도록 함으로써, 제록스는 성공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3. 가능한 한 똑같이 따라 하라
한때 맥도날드(McDonald)가 각 나라 사정에 맞게 운영시스템을 변형하여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곧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오히려 그들은 맥도날드의 운영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 한 국가를 바꾸는 것이 더 쉽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맥도날드의 모든 프로세스를 해당 국가에 그대로 옮겨 놓고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단지 메뉴상의 수정만을 일부 허용하였다. 그들의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우리는 지금 맥도날드 매장을 세계 도처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4. 인정할만한 수준의 성과가 났을 때, 비로소 자사 상황에 맞춰 수정을 가해라
성과가 나기도 전에, 베스트 프랙티스를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무엇을 바꿔야 하고 무엇을 바꾸면 안 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성급한 변형이 결국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무엇이든지 성과가 날 때까지는 그대로 따라 하라. 그래도 늦지 않다. 스타벅스의 사례는 그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5. 수정을 가한 베스트 프랙티스라도, 그 원형을 항상 염두에 두어라
비록 자사 상황에 맞춰 수정을 가한 경우라 할지라도, 원형을 버려서는 안 된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모든 변형의 기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