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의 조건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의 조건

황인경 | 2004-06-03 |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성공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3M은 1990년대 중반까지 증권가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는 3M의 성장 속도가 둔화된 데 주로 기인했다. 2001년 3M의 새로운 CEO로 부임한 J. McNerney는 조직의 핵심 문제점으로 ‘성공적인 신제품의 부재’를 지적했다. 즉 기존의 제품들을 개선·개량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신제품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진단 하에 McNerney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3M Acceleration’을 도입하여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재정비하였으며, 신제품 매출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등 신제품 개발 노력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이후 3M의 성과는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3M에서는 이를 신제품 개발 강화와 상품화 성공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요건 중 하나는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기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해 줄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신제품이란 무엇이며, 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적인 신제품이란?


성공적인 신제품은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고객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 할지라도 고객이 외면한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한 예로 유명 전자 업체인 Philips는 게임 기능 등 다양한 오락 기능들을 포함한 Home Entertainment 시스템을 만들어 Sony, Nintendo 등이 주도하고 있는 게임/오락 시장에 도전하였다. 그러나, 사용하기가 너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므로 고객의 눈높이에서 그 니즈를 제대로 맞추는 것이 성공의 주요 요건이라 하겠다.


둘째, 수익성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제품을 구매할 고객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수익 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회사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기업이 신제품에 투자하는 근본 이유가 성과 창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화학 업체인 DuPont이 제품을 개발할 때 각 제품별로 사업화 예측 사례(Business case)를 마련하여 수익성을 꼼꼼히 따진 후 투자의사 결정을 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이 새로 출시된 제품이 성공적인 신제품으로 평가 받으려면 회사 성과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적시에 출시되는 제품이어야 한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스펙에 맞춰 누구보다도 빨리 제품을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 날에는 ‘누가 먼저 고객의 스펙을 맞춰 주느냐’가 제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컨설팅 업체인 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출시가 6개월 늦어질 경우 제품의 수익성은 1/3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이 조사는 매년 20%씩 성장하는 시장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적시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하겠다. 또 성숙기 시장인 자동차 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적시성의 중요성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신제품 개발 분야 전문가인 Nayak은 제품 출시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20% 단축할 경우 새로운 자동차 모델의 가치가 350 백만 달러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즉, 시장에 적시에 출시될 때 신제품의 가치는 극대화되고 비로소 성공적인 제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겠다.


성공적인 신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살펴 보자.

 

 

제품 컨셉부터 제대로 잡아라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제품 컨셉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고 자사의 역량으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3M이 자사에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R&D 연구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품 개념화 단계에서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자사의 기술 활용 가능성을 파악했다고 한다. 보다 효과적으로 제품 컨셉을 도출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짚어 보자.

 


● 다기능팀(CFT)을 활용


시장성과 기술 가능성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검토는 R&D와 타 부문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적인 교류를 하는 사업 부문과 기술적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R&D 및 엔지니어링 부문간 긴밀한 협력 없이는 고객 지향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 내 다양한 부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다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 CFT)을 구축하여 제품 컨셉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실제 3M, DuPont 등 많은 선진 기업들은 신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 컨셉 도출 과정에서 CFT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평가·보상 체계 개선


그러나 CFT를 구성해 놓는다고 해서 다양한 부문의 구성원들간 협력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 장소에서 일하도록 만들거나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연계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무엇보다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우선적으로 검토·개선할 필요가 있다. CFT 활동에 대해 공식적인 평가를 받도록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면, 구성원들의 몰입도는 낮아지기 쉽다. 특히 현장 부서의 업무가 많고 바쁠 경우 본인의 성과 평가 및 보상에 영향력이 없는 CFT 활동에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보다 효과적인 CFT 운영 및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존 부서의 리더만이 아니라 CFT 리더에게 구성원들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최종 신제품 성과에 대한 보상도 인센티브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예컨대 신제품 매출에 따른 수익의 일정 비율을 CFT 구성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팀 구성원들의 보다 적극적인 몰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 고객의 목소리가 핵심


고객이 반길 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다. 3M의 한 사업부는 문헌 자료 및 보고서, 외부 리서치 기관의 조사 자료 등을 활용하는 시장 조사 방식을 지양하고, CFT를 중심으로 직접 고객과 인터뷰를 하여 제품 컨셉을 잡도록 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중요하며, 제품에 이를 철저히 반영하겠다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CFT 구성원들이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니즈 분석, 제품 개념 도출, 관련 기술 분석 등 고도의 전문적인 분석 작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보다 효과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3M의 한 사업부에서는 제품 개념화를 위해 4단계로 구성된 ‘선도 고객 조사 (Lead User Research)’라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선도 고객 조사의 첫단계는 CFT 전체 일정과 계획을 마련하고 시장과 고객에 대한 기초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이다. 2단계는 선도 고객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인터뷰를 실시하는 단계이다. 선도 고객이란 자사 제품을 많이 사용하며 더 필요한 부분, 개선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CFT 구성원들은 고객의 니즈를 생생하게 접하게 되는 것이다. 3단계는 인터뷰 결과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에 필요한 속성들을 도출·정리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4단계는 고객과 사내의 구성원들을 초청하여 워크샵을 실시하는 단계이다. 이 워크샵에서는 고객과 내부 구성원들이 몇 개의 팀으로 나뉘어져 제품 개념을 구체화하게 된다. 또 각 팀이 발표한 제품에 대해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보다 고객에 필요하고 기술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3M에서는 구성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신제품 개념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도와 주고 있다.

 

 

프로젝트 검토 시스템(PRS)을 강화해야


프로젝트 검토 시스템(Project Review System, PRS)은 회사의 수익을 높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가려서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R&D와 관련하여 PRS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내의 모든 프로젝트들은 개념 수준이든 진행 중인 프로젝트이든 PRS를 통과해야만 예산을 배정 받아 R&D 활동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된다.

 

 

● 명확한 평가 기준 마련


기업이 이러한 PRS를 운영하는 근본 이유는 제한된 R&D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즉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지속/중단(Go/Kill)에 대한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인 평가 기준(Criteria)이 마련되어야 한다. 프로젝트 도중이라도 조건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중단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업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데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과감한 의사 결정을 잘 못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부담을 덜어 주고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기준을 마련하여 엄격히 평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 상위 경영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또한 PRS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상위 경영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프로젝트 예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위 경영층의 관여가 없을 경우, PRS를 통과한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PRS를 유명무실케 만들어 효과적인 프로젝트 및 자원 운영에 한계를 가져오게 된다.


현실적으로 볼 때, 상위 경영자가 PRS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관심의 부족과 시간의 부족,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관심 부족 문제는 ‘전체 프로젝트의 현재 가치(NPV)’ 등과 같은 성과 지표를 임원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일부 해결이 가능하다. 보다 많은 기업에서 호소하는 것은 시간 부족의 문제이다. 상위 경영자가 바쁘게 돌아가는 현업을 수행하면서 모든 프로젝트를 면밀히 검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일부 PRS 업무를 하부 관리자에게 위임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미국의 통신 업체인 Nortel Networks는 위험도가 낮고 예산이 적게 들어가는 프로젝트의 경우 하위 관리자가 검토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또 미국 식품 업체인 Kraft Foods는 ‘검토안 첨부(Recommendation)’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각 팀이 프로젝트 내용을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상위자가 보다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프로젝트를 검토하는데 기여 하고 있다.

 

 

양산 단계까지 R&D 관여도 높여야


제품 컨셉을 적절하게 설정하고, R&D 활동을 통해 프로토타입(Prototype, 원형)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고 해서 신제품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생산 현장에서 양산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고객에게 만족할 만한 제품이 출시, 제공될 때 신제품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다고 안심할 일이 아닌 것이다. 때로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신제품 출시에 심각한 장애(Bottleneck)로 작용하게 된다. 예컨대 국내 한 기업은 연구소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낸지 4년이 지났는데도 생산 라인에서 양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제품을 팔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한다.


이렇듯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주요 이유는 연구소에서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환경과 생산 현장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생산 현장에서는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프로토타입을 시범적으로 1~2개 만들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특정 공정 과정에서 온도가 1도만 더 높아도 프로토타입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R&D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미리 발견하여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생산 부문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빠른 개선을 위해서는 제품의 특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R&D 부문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R&D 구성원들은 현장에 잘 나가려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초기 Set-up 시에는 R&D가 일부 지원을 하지만, 그 이후에는 문제가 생겨도 잘 와 보지 않거나 전화로 대충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결국 출시가 자꾸 늦어져 고객의 불만을 크게 사거나 시장 선점이 어렵게 된다”라며 제품 이관 및 양산상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R&D 부문의 공식적인 책임 범위를 양산 안정화 단계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출시 예정일, 양산 품질 수준, 제품당 생산 비용 등의 항목을 R&D 부문 평가에 일부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R&D 부문의 양산 지원을 강화하고 보다 빠른 양산 안정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성공적인 신제품을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려면 조직 문화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직의 분위기가 창의적이고 상호 협력적일 때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이 원활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본원의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아직 많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위계적이며 관료주의적인 문화가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 기업들은 혁신적이고 협력적인 조직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보다 성공적인 신제품을 만들어 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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