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개발에 매트릭스 조직의 강점 살리려면 신제품개발에 매트릭스 조직의 강점 살리려면

장성근 | 2014-05-18 |

신제품의 출시 속도와 Quality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다양화?고도화되면서, 최근 신제품개발에 적용되는 매트릭스 조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매트릭스 조직은 머리로 이해하기는 쉬우나 실제 운영하기는 어려운 조직이다. 매트릭스 조직에서 나타나기 쉬운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살펴본다.


양손잡이 경영시대


과거 경영환경이 안정적인 상황하에서 기업은 어느 한 가지만 잘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버드대학 경영대학 교수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처한 상황에 따라 저원가 전략이나 고품질 전략을 추구해야 하며, 두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은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급속한 기술 변화와 치열한 경쟁상황은 경영환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경쟁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고 산업간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으며, 기술의 융·복합화가 가속화 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고도화되었다.


특히 최근처럼 신제품의 출시 속도와 Quality에 대한 고객의 요구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언제 어디서든 혁신적인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발전하기 위해서는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신제품을 스피드 있게 개발해야 하고, 동시에 신제품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이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미래준비도 잘 해야 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어느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면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단기 사업성과 창출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은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래준비 부실로 중장기적으로 기업 생존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반면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하는 기업은 지금 당장의 생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Good to great와 Great by choice의 저자인 짐 콜린스 (Jim Collins)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양자택일(A or B)의 경영시대는 끝났고, 이제 양손잡이(A and B) 경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예컨대 ‘단기적 성과를 높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 준비도 잘하고, 혁신적이면서 효율적이고, 고품질이면서 저렴하게’ 등 지금까지 이분법적 선택 상황으로 간주되었던 것에 대하여, 어느 한 쪽을 포기하기보다는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양손잡이 경영이다.

 

매트릭스 조직의 재조명


P&G, 3M, 시스코, GE, IBM, 도요타, BMW 등 해외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P&G의 CEO인 래플리는 P&G가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매트릭스 조직을 꼽았다. 또한 시스코의 CEO인 체임버스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사업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지금의 경영환경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매트릭스 조직은 운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트릭스 조직의 형태는 적용대상과 적용차원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예컨대 신제품개발에 적용되는 매트릭스, 전사조직에 적용되는 매트릭스, 글로벌조직에 적용되는 매트릭스 등 적용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2차 구조(예, 기능-제품, 지역-사업, 기능-사업)에서부터 좀더 복잡한 3차 구조(예, 지역-사업-기능)나 4차 구조(예, 지역-사업-기능-고객) 등에 이르기까지 적용차원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특히 최근의 복잡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고객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신제품을 스피드 있게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신제품개발에 적용되는 2차원(기능-제품)의 매트릭스 조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제품개발에 적용되는 매트릭스 조직은 기능 조직과 프로젝트 조직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최소화한 조직 형태로서, 스피드 있는 신제품개발을 위해 R&D-마케팅-생산 등 관련 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조정해 나가는 동시에 연구원 등 기능부서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양손잡이 경영시대에 부합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신제품개발에 적용되는 매트릭스 조직은 수직적으로는 기능 조직, 수평적으로는 프로젝트 조직 형태를 취하여 구성원들이 프로젝트 관리자와 기능부서 관리자 등 2명의 상사에게 보고하는 조직체계를 말한다(<그림 1> 참조).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관리자는 여러 기능부서를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일을 하며 무엇(What)을 언제(When)까지 할 것인가에 주요 책임이 있다. 반면, 기능부서 관리자는 프로젝트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을 어떻게(How) 확보·활용할 것인가에 주요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매트릭스 조직은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 기업의 경우 아직도 기능 조직 체계로 신제품개발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취지와는 다르게 갈등과 혼란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하에서는 매트릭스 조직에서 나타나기 쉬운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이해하긴 쉬우나 운영하긴 어려운 조직


매트릭스 조직은 신제품개발에 참여한 팀원이 기능부서 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 모두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역할 갈등이나 역할 모호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트릭스 리더(기능부서 관리자 및 프로젝트 관리자) 역시 ‘내가 관리 통제할 수 없는 업무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내게 권한도 없는데 어떻게 업무가 잘 진행되게 할 수 있는가?’ 라고 불평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여러 기능이 상호 조정해야 할 경우가 자주 있다 보니 많은 회의와 과도한 협력 비용이 발생하고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매트릭스 조직 운영상의 가장 큰 문제는 기능부서 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의 시각 차이에서 발생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시장성이 높은 제품개발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R&D보다는 생산이나 마케팅 부서와의 교류가 잦고 같은 관점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기능부서 관리자는 기능의 목표 달성 및 전문성 강화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R&D 기능의 경우 핵심기술 확보나 기술인력의 경력관리에 주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추구 목표나 의사결정의 우선순위 설정 시에 갈등을 유발하고 2명의 관리자 밑에서 일해야 하는 팀원들에게 큰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매트릭스 조직은 머리로 이해하기는 쉬우나 실제 운영하기는 어려운 조직이다. 잘 운영된다면 기능간의 시너지 창출과 함께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잘 운영되지 않는다면 갈등과 혼란,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층 및 중간관리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은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첫째, 정합성 있는 목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리층(47%)보다는 경영층(67%)에서 목표 설정이 어렵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계층간에 차이가 나는 주된 이유는 경영층이 주로 목표 설정에 책임이 있고 관리층은 수립된 목표의 실행이 주된 역할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불명확한 역할과 책임 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리층(87%)이 경영층(23%)에 비해 중요한 이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차이가 나타난 주된 이유는 중간관리층인 매트릭스 리더들이 경영층에 비해 역할과 책임에 혼란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애매모호한 권한도 관리층(61%)과 경영층(71%) 모두 중요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트릭스 조직은 이중보고체계이기 때문에 권한 없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애매한 권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매트릭스 조직의 장점인 신속한 의사결정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조직 운영의 비효율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넷째, 매트릭스 조직이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정하게 평가·보상하는 것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영층(92%)이 관리층(35%)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매트릭스 조직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면 경영층은 매트릭스 조직 운영상의 구체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할 수도 없는데 이러한 경영층의 입장과 니즈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섯째, 부서 이기주의와 편 가르기와 같은 근시안적 사고와 행동을 하는 구성원들로 인해 매트릭스 조직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구성원들이 기능 조직에서 오랫동안 업무를 수행해 왔고 매트릭스 조직에 필요한 협력 마인드나 대인 관계 스킬 등을 아직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이러한 행동 패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위한 내부역량


조직 구조는 겉으로 보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조직 운영에 필요한 내부 역량을 구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없거나 부적합하거나 불완전하다면 매트릭스 조직의 도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여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구성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동목표,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매트릭스 리더, 매트릭스 맞춤형 평가·보상, 갈등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협력 문화 등이 잘 뒷받침되어야 한다.

 

① 구성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동 목표


매트릭스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능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공유 가치 또는 상위의 공동 목표를 명확히 설정·공유하여 구성원들의 행동과 관련 의사결정의 지침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함께 달성할 가치나 목표가 뚜렷해야 구성원들의 협력 의지를 동기부여 시킬 수 있고 기능간에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공유가 원활해 지는 것이다.


아폴로 계획(Project Apollo)은 매트릭스 조직을 최초로 적용했던 인간의 달 착륙 프로젝트이다. ‘1970년이 되기 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켜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제친다’라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공동 목표 제시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프로젝트 진행 중 발생했던 구성원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방향타 역할을 했다.


아폴로 사례에서 좋은 공동 목표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첫째, 단순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달 착륙 후 무사히 귀환한다’는 목표는 달성 여부를 쉽게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위성 발사 건수나 최고, 탁월, 우수 등으로 목표를 설정했다면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많아 달성 여부를 정확히 평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둘째, 경쟁 대상은 외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제친다’는 목표는 경쟁 대상이 외부이며 내부의 관련 기관간에는 협력해야 함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외부에서 적이 쳐들어오면 내부 조직간에 서로 싸우다가도 갈등을 종식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 전력을 다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셋째, 공동 운명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달 진입 수단이 잘 결정되어 우주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상대적으로 하찮게 여겨졌던 우주복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다면 인간의 달 착륙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찮아 보이는 단 한 부분의 실패만 있어도 프로젝트 전체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개인 혹은 기능부서가 맡아서 하는 업무는 기여도에 상관없이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모두 중요한 것이다.

 

②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매트릭스 리더


매트릭스 조직 연구의 대가인 갈브레이스 (Jay R. Galbraith) 교수에 따르면, 매트릭스 조직은 기능간에 협력해야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모두의 일은 어느 누구의 일도 아니게 되는 Everybody and Nobody Syndrome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능부서 관리자, 프로젝트 관리자 등 리더간의 역할을 잘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요타 매트릭스 조직의 경우, 기능부서 관리자는 담당분야의 기술전문성 확보와 연구원의 배치·육성·평가에 책임을 지는 반면 자동차 개발에 대한 책임은 없다. 반면 프로젝트 관리자인 Chief Engineer는 연구원에 대한 인사권은 없지만, 담당 자동차의 설계·개발·판매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진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자는 조직 서열이 기능부서 관리자보다 높은 경우가 많으며, 프로젝트에 소속된 팀원들에 대해 비공식적이지만 인사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리더간에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역할 수행 과정에서는 누가 수행해야 하는지 모호하여, 중복 영역 혹은 빈 영역이 발생하고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관점 및 보유 정보 차이 등으로 인해 기능부서 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간에는 갈등이 크게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트릭스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매트릭스 리더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매트릭스 조직처럼 복잡한 조직을 잘 관리·운영하는 핵심은 사람인 것이다. 만약 조직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가 기존의 사고방식과 조직 운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무리 조직을 새롭게 개편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실행될 수 없는 것이다. 조직이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 리더가 담당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경영능력(커뮤니케이션, 갈등 해결, 동기부여, 조직 및 프로젝트 관리 등)을 겸비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역량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직무순환이다. Dow Chemical의 경우에는 연구원을 선발하여 처음에는 R&D 업무를 하게 한 후, 신제품개발 과정을 따라 R&D에서 생산, 마케팅, 영업 등으로 직무순환을 하게 한다.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이 있지만 전사관점에서 각 기능의 업무를 파악하는 좋은 기회가 되며 미래에 유능한 프로젝트 관리자, 기능간 코디네이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타 기능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기술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R&D 부서로 복귀시킨다.

 

③ 매트릭스 맞춤형 평가·보상


매트릭스 형태로 조직 구조를 바꾸었지만 만약 평가가 기능 성과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면 프로젝트 성과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해져 매트릭스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기능 성과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성과와 협력 행동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구성원들이 기능 성과에 기여한 부분과 신제품개발 프로젝트 활동 중 기능간 협력에 기여한 부분을 모두 평가하여 보상에 반영하는 것이다. Bain & Company는 파트너 평가 시 매년 동료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를 평가하는 One firm behavior 건수나 내용 등을 종합하여 개인별 협력 기여도를 평가한다. 협력 기여도 평가를 최고 등급으로 받으면 연봉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다.


한편 도요타의 경우 연구원에 대한 평가는 기능부서 관리자의 고유권한이지만, 연구원이 참여했던 프로젝트의 관리자인 Chief Engineer의 평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Chief Engineer가 연구원의 인사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사라는 인식을 갖도록 함으로써 매트릭스 조직이 잘 운영되는 중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도요타와 달리 기능부서 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간에 신뢰가 부족하거나 기능부서 관리자가 프로젝트 관리자의 평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에는 성과평가와 역량평가 방식을 이원화 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컨대 프로젝트 성과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관리자가 최종 평가하여 인센티브 금액 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역량(능력과 태도 등)에 대해서는 기능부서 관리자가 최종 평가하여 승진 및 육성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④ 갈등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협력 문화


갈브레이스(Jay R. Galbraith) 교수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초기에 매트릭스의 양 축간에 갈등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매트릭스 구조가 실패하고 있는 징조라고 말하지만, 이런 갈등이 나타나고 드러나는 것이 바로 매트릭스 조직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라고 말한다. 만약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매트릭스의 양 축 중 어느 한 쪽이 큰 힘을 가지고 다른 한 쪽의 의견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거나, 갈등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숨겨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어떻게 하면 갈등을 적정하게 유지하며 협력을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매트릭스 조직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부서 이기주의, 편 가르기와 같은 근시안적 사고나 태도에서 탈피하여 전사차원의 협력과 One firm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발 및 교육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필요 역량 확보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많은 미국 및 유럽 기업들은 연구원들에게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높이는 교육을 제공한다. 감성 지능이 높은 연구원들은 자신은 물론 타인의 감성도 잘 관리할 수 있어, 역할 갈등과 역할 모호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매트릭스 조직에서 문제의 사전 예방과 갈등 해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 감성지능 향상 교육을 받은 미국 하이테크 기업 소속 프로젝트 관리자들의 경우 내·외부 고객과의 관계가 좋아졌으며 프로젝트 성과도 40%나 개선되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인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은 의사 선발 시 협력 문화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중요한 스크린 기준으로 적용한다. 특히 인터뷰 시 ‘우리’보다 ‘나’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메이오 클리닉의 슈퍼스타는 팀을 하나로 묶고 팀플레이를 잘 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⑤ HR 역할과 인프라 정비


매트릭스 조직이 잘 도입·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HR 부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매트릭스 리더를 어떻게 육성할지, 매트릭스 조직의 성과 모니터링 체계 및 평가·보상 제도를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할 것인지, 협력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어떤 특성의 사람을 채용하고 교육시킬 것인지 등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HR 부서는 매트릭스 조직 운영의 성과와 모니터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CEO에게 보고하거나, 경영층이 기능부서 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다면평가 정보를 종합·분석할 수 있다. HR 부서는 변화를 주도하는 Change agent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영관리 프로세스와 IT 인프라도 잘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영 관리 프로세스는 목표 설정단계부터 기능별 목표가 따로 놀지 않고 한 방향을 향해 정합성 있게 설정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IT 인프라인 정보관리시스템을 잘 구축하여 전사관점에서 객관적인 정보와 데이터를 검색·공유할 수 있다면 각 기능의 요구사항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기능간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3M은 NPI(New Product Introduction) 시스템을 통해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진척도 등 중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정합성 있는 목표 설정 및 성과관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신제품개발 조직의 정·반·합 과정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모든 만물이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을 통해 변화·발전한다는 변증법을 체계화했는데, 신제품개발 조직도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발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능 조직(正)에서 출발하여 운영하다가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의식과 성과가 약해지는 문제점이 크게 발생하면 프로젝트 조직(反)으로 변경되고, 기능 전문성 약화의 문제가 이슈화되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형태인 매트릭스 조직(合)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 조직 중심으로 신제품개발 활동이 이루어지는 대다수 기업들의 경우 바로 매트릭스 조직으로 이행하는 것은 매트릭스 조직 운영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구성원들의 큰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기능 조직의 기반 위에 프로젝트 조직을 접목하는 경량급형 매트릭스 조직 정도로 운영하지만 이럴 경우 매트릭스 조직 운영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기능 조직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관성으로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기능 조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에는 장단점이 상반되는 조직체계인 프로젝트 조직으로 과감하게 바꾸어, 매트릭스 조직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쌓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좋을 수 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신제품개발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매트릭스 조직 운영을 위해 내부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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