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재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핵심 인재 관리는 자칫 잘못 운영될 경우 조직 건강(Organizational Health)을 해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꼼꼼히 짚어봄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핵심 인재 관리 방안을 살펴본다.
핵심 인재를 확보, 육성, 유지하기 위한 기업간 전쟁(War for Talent)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기업들이 신입, 경력을 막론하고 해외 석/박사급 고급 인력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가 하면, 핵심 인재 육성과 관련된 선진 인사 프랙티스의 벤치마킹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편 어렵게 확보/육성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 경쟁사로 이동함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막대한 핵심 역량의 누수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스톡 옵션의 도입, 사이닝 보너스 및 특별 인센티브의 제공 등 다양한 인센티브 보상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점차 증가하는 것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이렇듯 대부분의 기업들이 핵심 인재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한 두명의 탁월한 인재가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핵심 인재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경영 환경 하에서는 희소성이 높고 부가가치 창출력이 뛰어난 인재가 기업 경쟁력 유지의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소수의 핵심 인력 위주의 인재 관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전체 5% 이하의 직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나머지 95% 직원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은 핵심 인재 위주의 인력 관리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효과적인 핵심 인재 관리의 포인트를 고민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하에서는 핵심 인재 관리상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을 하나씩 검토한 후,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살펴본다.
핵심 인재 관리, 부작용도 꼼꼼히 점검해야
일찌감치 스탠포드 대학의 Jeffrey Pfeffer 교수는 핵심 인재 관리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제시한 바 있다. “핵심 인재에 대한 지나친 차별 관리는 득보다 오히려 실이 많을 수 있다. 자칫 잘못 운영될 경우 대다수 구성원들의 소외감 야기, 이로 인한 사기 침체, 팀웍 저하 및 생산성 감소 뿐만 아니라 파괴적 조직 문화까지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즉, 전체 구성원의 1% 내지 5% 이하 소수 인력에 대한 차별적 관리가 조직 건강(Organizational Health)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핵심 인재 관리가 잘못 이루어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잠재된 부작용들을 보다 자세히 짚어본다.
● 전체 구성원의 사기 저하 및 소외감
핵심 인재와 나머지 구성원들 간의 차별 관리는 대다수의 구성원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의 한 컨설팅 업체가 회사원 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2%가 ‘나는 회사의 핵심 인재’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대답도 많아져 과장급 이상에서는 70.5%가 자신을 핵심 인재로 평가했다. 많은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잠재 능력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특별 관리 대상이라고 밝히는 핵심 인재의 비율은 전체 직원의 10%를 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직원들보다 월등히 높은 보수와 직급으로 외부 인재를 채용한다거나, 비슷한 연령대와 근무 경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커지게 되면, 핵심 인재로 취급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조직 충성도 하락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과도한 개인간 금전적 보상의 격차는 구성원들간의 지나친 내부 경쟁 의식을 부추겨, 조직 내 구성원들 간의 지식 공유와 팀웍을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모호한 정의와 잘못된 인식
핵심 인재에 대한 모호한 정의와 잘못된 인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강조하면서 해외 석/박사급 인력의 확충 계획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여기에는 ‘핵심 인재 관리 = 해외 학력 우수 인력 확보’라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인재 유치 경쟁으로 미국 내 한국계 기술 인력과 MBA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해외파 인력’이 ‘핵심 인재’의 동의어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업 특성이나 회사의 경영 철학에 따라 핵심 인재의 요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에 있는 중국집에서는 한국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 자장면을 맛있게 뽑는 주방장이 핵심 인재라는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 최고로 유명한 주방장을 데려 온다 한들 우리네 입맛에 맞는 요리를 잘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한 검증도 없이 해외 석/박사 등 학력이 우수한 사람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것이 기업의 실적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잠재 인재의 도태 가능성 존재
충분한 잠재 능력을 갖춘 인재를 도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은 인적/물적 등 자원의 한계를 갖는다. 기업이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핵심 인재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소수 인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정작 소수의 인재에 대해서만 집중하여 투자하는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지나칠 경우, 자칫 잠재력을 가진 나머지 인재들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 선진 프랙티스에 대한 맹목적 모방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인재 관리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단순 모방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 고유의 직무 특성, 구성원의 인적 특성 그리고 독특한 조직 가치 체계에 따라 인재 관리의 철학이나 접근법 모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나름대로의 핵심 인재 관리를 위한 탄탄한 조직 문화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추구하는 사업 전략뿐만 아니라 조직의 독특한 가치 체계와 철학을 인적 자원 관리의 제반 시스템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인재 관리의 성공 포인트
위와 같은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고 핵심 인재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재를 인정하고 서로 키워줄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소수 인재를 비롯한, 전체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능력 발휘형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에 앞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이 반영된 인재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인재에 대한 명확한 요건 정립, 엄정한 평가와 적합한 보상 제공,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 및 인재를 중시하는 리더의 솔선 수범 등이 필요하다.
● 핵심 인재에 대한 명확한 요건 정립
기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핵심 인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 인재에 대한 요건이 정립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자 회사에서의 핵심 인재가 은행에서도 똑같이 핵심 인재 역할을 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기업의 핵심 인재라면 그 기업이 종업원들에게 바라는 인재상을 구현하고 있으면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현재 보유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핵심 인재는 반드시 학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만 볼 수 없다. 최근 해외 선진 기업들은 핵심 인재가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 전문성, 지적 역량과 함께 도덕성이나 인간적 매력 등 정서적 역량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예컨대 Merrill Lynch는 지적 능력, 열정, 혁신 지향, 인재 육성 능력을 중시하고, 여기에 인간적 매력을 필수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Sony의 경우 ‘Digital Dream Kid’라는 독특한 인재상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고유한 ‘Sony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호기심, 마무리에 대한 집착, 사고의 유연성, 낙관론, 위험 감수의 5가지 핵심 인재 요건을 정립하고 있다. 또한 GE는 자기 분야의 전문/기술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을 잘 관리하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적합한 사람을 찾아 일을 진척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핵심 인재로 강조한다. 리더십을 평가할 때도 회사는 아무리 성과가 탁월한 인재라도 회사의 핵심 가치인 4E(Energy, Energize, Edge, Execution)에 배치되거나 도덕성이 결여될 경우 이러한 인력을 핵심 인재 관리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한다.
핵심 인재에 대한 명확한 요건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인적 특성’과 ‘조직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인적 자원의 특성 분석을 위해서는 현 사업에의 기여도나 필요성, 대체 가능성 및 잠재 능력 등의 요소들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접근해야 한다. 또한 조직 특성 역시 핵심 인재상에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적인 가치 사슬(Value Chain) 분석을 통해 경쟁 우위가 있는 핵심 직무의 특성, 자사의 독특한 가치 체계 및 철학 등을 반영해야 한다.
● 엄정한 평가와 적합한 보상 제공
핵심 인재의 요건을 정립한 다음에는, 이러한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핵심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낮은 물질적인 보상 수준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평가 받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핵심 인재상을 구축하고, 이에 맞는 인재를 철저히 평가하여 지속적으로 개발시키고, 이들이 만족하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질적, 정신적으로 보상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인재에 대한 평가를 잘하는 것이다. 자질과 함께 성과 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꼼꼼히 평가해 인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hillips는 핵심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을 핵심 인재의 주요 대상으로 구분하고 이들의 리더십을 철저히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평가를 위해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평가 기법은 360도 다면 평가이다. 이때 특징적인 것은 한번의 평가 결과가 나오기까지 무려 6개월이 소요될 정도로 신중을 기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상사, 동료 및 본인의 평가 결과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수 차례의 대화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사의 인사 담당자는 “우리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가운데 하나는 투명하고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핵심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보상에 있어서도 금전적 보상만이 아니라, 일에 대한 재미, 성취감 또는 성장감을 느낄 수 있는 육성 기회 제공 등 내재적 보상 요인의 재정비에 힘을 써야 한다. Volvo의 경우 핵심 인재에 대한 처우는 금전적으로 기본 연봉 외에 회사 전체의 실적과 개인의 업무 성과를 감안해 인센티브를 주는 정도이다. 또한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100여명에게는 스톡 옵션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회사가 중시하는 것은 이러한 금전적 요인보다는 비금전적 보상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회사가 적극적으로 앞장서 개인의 개발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경력 관리를 해주고, 각종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 보통 인재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핵심 인재 관리에 있어서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지나치게 핵심 인재 관리에 몰두할 경우 잠재력을 갖춘 보통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가능성과 열정을 갖춘 잠재 인재에 대해서도 핵심 인재군으로 편입될 수 있는 통로를 활짝 열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의 핵심 인재가 반드시 5년 후 10년 후에도 동일한 성과와 열정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 인재에게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소외된 대다수의 조직 구성원에게도 최선의 자기 개발과 능력 발현의 기회를 부여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이들에게 합리적이며 투명한 선별 기준을 제시하고, 본인 스스로 자신의 위치와 능력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성과와 능력에 관해 피드백하는 것도 빼놓아선 안 된다. 이에 대해 Prudential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핵심 인재를 선발/양성할 때 가급적 전 직원에게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핵심 포스트가 비면 우선 사내에서 사람을 물색한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 개발에 더욱 분발하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Prudential은 보통 인재들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줌으로써 보다 유연성있는 핵심 인재 관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리더의 솔선 수범이 핵심
핵심 인재를 중심으로 회사를 미래지향적으로 변환시키는 일은 이 시대 기업 리더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기업의 경영자는 과감한 인재 등용과 함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진 핵심 인재가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핵심 인재의 중요성과 차별화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알려서, ‘능력 발휘형 조직 문화’를 기업의 새로운 풍토로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자는 핵심 인재 관리를 자신의 최우선적 업무로 인식하고 많은 시간을 이에 할애할 정도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가 인재 평가 및 육성 등 핵심 인재 관리에 업무 시간의 70% 이상을 투입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