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통합 전략이 중요하다 M&A, 통합 전략이 중요하다

박천규 | 2004-04-22 |

많은 기업들이 M&A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대수준 만큼의 성과를 얻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M&A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M&A의 목적 및 피인수기업의 조직문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동안 M&A는 기업 전략의 하나로서 각광 받아왔다. 이는 M&A를 통해 시장의 진입 속도를 단축하고 검증된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체제 하의 치열한 경쟁은 기업들에게 끊임없는 변화와 시장에 대한 발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어, M&A의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 M&A 시장은 2003년부터 증가세로 반전되었다. 국내 M&A 시장도 2001년 이후 발생 건수로는 줄고 있지만, 금액 기준으로 보았을 때 상승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그림1> 참조). 전문가들은 특히 올해의 경우 금융권 및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상당수 나와 있어 IMF 이후 제2차 M&A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합 전략이 M&A 성패 좌우


그러나 시너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M&A를 실행하여 애초의 기대효과를 얻지 못한 채 막대한 통합 비용만을 지불했던 M&A 사례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최대 통신 회사인 AT&T의 NCR 인수 사례를 살펴보자. AT&T 경영진은 미국 정부가 장거리 통신의 규제를 해제한 후 자사의 통신 기술과 NCR이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기술 간에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AT&T는 변화된 경영환경에 대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서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NCR을 인수하기로 전격 결정하였다.


하지만, AT&T의 NCR 인수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두 회사 간의 기술 격차와 문화적 이질성이 의외로 컸기 때문이다. NCR의 기술 개발력은 기대보다 낮았고,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조직문화도 큰 차이가 있었다. AT&T는 NCR의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를 제거하고 자사와 같은 분권적인 문화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일방적인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까지 진행된 M&A 사례들을 살펴 보면, 실제로 M&A가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KPMG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합병 사례 중 회사의 가치를 상승시킨 경우는 겨우 17% 수준에 머물고 있다. 30%는 뚜렷한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53%는 오히려 가치가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실패 사례 중 70%가 통합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M&A에 있어서 통합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M&A의 성공 여부가 효과적인 통합 전략에 달려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M&A 목적별로 통합 전략 달라져야


M&A의 실행 주체들은 M&A의 목적별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 및 관리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는 M&A 목적별로 통합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Bower교수는 M&A의 목적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눈다(<표> 참조). 첫째 성숙산업에서의 구조조정을 위해 둘째 지리적 확장을 위해, 셋째 신상품의 개발 또는 신시장의 개척을 위해, 넷째 연구개발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으로 산업의 융합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M&A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ower교수에 의한 M&A 목적 분류기준에 따라 주목해야 할 통합 전략 포인트에 대해 살펴본다.

 

● 산업 내 구조조정 : 일관된 원칙으로 신속하게 통합하라


산업 내 구조조정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M&A   는 특히 성숙산업에서 생산용량 초과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따라서, 인수기업은 생산 용량을 축소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운영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통합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력 없는 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사업 부문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경우 피인수기업의 상대적 규모가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만일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규모가 대등할 경우 경영진 사이에 통제권에 대한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통합기업의 경영진 선임에 있어 양자가 신속한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경영진이 선출되면, 통합 전략의 핵심은 피인수기업이 인수기업의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있다. 한쪽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지 못하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원칙과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합병으로 꼽히고 있는 미국 케미컬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의 경우 미국 내 1위 달성이라는 명확한 합병 목표를 가지고 하나의 통합 방향을 가지고 간 결과 두 은행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 지리적 시장 확대 : 피인수기업의 경쟁력 있는 부문을 그대로 유지하라


지리적 시장 확대를 위한 M&A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인수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소규모의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인수기업의 경우 오히려 M&A를 반길 수 있으며, 인수기업은 자사의 앞선 노하우나 프로세스를 전파함으로써 보다 넓은 지역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인수기업은 피인수기업의 경쟁력 있는 부문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현지에 있는 우수 인력과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세계 최대의 엘리베이터 회사 오티스가 LG산전의 엘리베이터 부문을 인수한 사례에서도 이는 잘 나타나 있다. 인수 전만 해도 미츠비시 등 일본 업체에 밀려 아시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던 오티스는, 한국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LG산전의 엘리베이터 부문을 인수하는 데 적극 나섰다. 오티스는 인수 후에 기업 간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LG산전이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오티스는 기존의 LG산전 엘리베이터 부문의 해외 지사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까지 지배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었다.


● 상품/시장 확대 : 인수 목적 및 주력 사업을 분명히 하라


상품 또는 시장 확대를 위한 M&A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품과 시장을 확장할 목적으로, 또는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개발할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SK그룹의 경우 섬유업체로 출발하였지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여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든 이후 신세기이동통신, 커뮤니티 싸이트인 싸이월드를 계속적으로 인수하여 새로운 제품과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상품 또는 시장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M&A를 잘 활용하면, 주력 사업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하지만, 경영진이 주력 사업을 분명히 하지 않을 경우 기존 사업과 새로 추진하는 사업 간의 자원 배분에 있어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인수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준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제품라인과 시장을 개선하는 차원인지, 아니면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개척하여 주력 사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명확히 하여 통합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세계 최대 보안 회사인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경우 M&A 후 통합 원칙 중의 하나가 핵심 사업 분야를 지킨다는 것이다. 타이코는 통신과 전기 부문, 의료 및 특수제품 부문, 화재 및 보안 서비스 부문, 제어 부문의 4가지를 주력 사업으로 선정하고, 이 4가지 핵심 사업을 강화시키는 범위 안에서 통합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 연구개발 능력 강화 : 인력 유출 방지에 유의하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제품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하이테크 산업의 기업들은 내부적인 연구개발 역량만으로 시장에 대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부족한 연구개발 능력을 보완하거나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시스코의 경우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80개가 넘는 회사를 인수하였다. 이 회사의 CEO 존 챔버스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6개월 내에 부품이나 완제품을 개발할 만한 역량이 없다면, 필요한 것을 사들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달아나고 만다” 라고.


연구개발 능력을 높이기 위한 M&A에 있어서, 통합 전략의 핵심은 우수 연구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는 데 있다. 성공적인 M&A가 되기 위해서는, 피인수기업의 우수 연구 인력이 계속해서 조직에 남아 있도록 만들고, 이들이 순조롭게 통합 과정에 적응하여 기술개발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우수 인재들이 합병 과정에서 조직을 이탈한다면 M&A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이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준다. 그러나, 합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인수기업의 우수 인력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떠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수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톡옵션을 비롯한 혜택을 장기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에 제공했던 보상 수준 이상의 메리트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피인수기업의 핵심 기술자들이 떠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산업 융합화에 대비 : 독립적인 회사 운영으로 사업 기회를 현실화시켜라


산업 융합에 따른 M&A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에서 선도자 이익(First Mover’s advantage)을 누리기 위해 기존 산업에서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재 사업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보유 자원과 피인수기업의 자원 간 연계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피인수기업에게 넉넉한 입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통합 전략을 가져감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구체적인 사업 기회를 현실화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영화사인 파라마운트와 케이블TV 회사인 MTV와 니컬로디언, 그리고 미국 최대 비디오 배급사인 블록버스터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바이어컴은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연예오락 컨텐츠 제공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독립적으로 자회사들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어컴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융합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각 회사들을 인수한 뒤,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사업 기회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예컨대 파라마운트가 소장하고 있는 영화필름을 활용, MTV와 니컬로디언을 통해 세계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비디오 대여업(블록버스터)의 사업 구조를 정비해가고 있다.

 


통합 수준과 속도를 조절해야


지금까지 우리는 기업들이 M&A를 통해 얻고자 하는 시너지 효과와 그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통합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목적에 상관없이 M&A를 도모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 향후 시장 상황과 피인수기업의 조직문화가 그것이다. 이를 고려하여 통합 속도를 조절하고, 인수기업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춰 한 방향으로 통합할 것인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와튼경영대학원의 Singh교수는 통합 수준과 합병 성과 사이에 trade-off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이는 인수기업의 방식대로 한 방향으로 강하게 통합할수록 피인수기업의 강점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 향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경우에는 피인수기업의 특성과 문화를 고려해 점진적인 통합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피인수기업의 입지를 넓혀주면서 미래 사업기회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에 시장이 안정적이고, 불확실성이 낮은 경우에는 강한 통합으로 빠르게 피인수기업의 역량을 흡수하여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우호적으로 통합해야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든 우호적으로 통합할 경우의 성과가 높다는 점이다. 성공한 인수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글로벌 철강회사 이스팟의 CEO 요하네스 시터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스팟은 자사의 전략과 합치되는 5개년 사업계획을 개발하기 위해 인수 대상 기업 경영진과 함께 일한다. 이스팟의 경영자들은 그들이 결국 인수 대상 기업의 관리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인수기업 경영자들이 시너지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가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이스팟과 같이 성공한 인수기업들은 신뢰에 바탕을 두고 서로 Win-win하는 통합을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고취시킨다.


M&A 성과는 전적으로 통합 과정에 달려있다. 문제는 M&A 후 통합이 쉽지 않은 데 있다. 특히, 수많은 M&A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M&A 성공을 가져오는 일반적인 원칙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M&A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예상하기는 힘들며, 서로 다른 두 조직이 하나로 태어나면서 나타나는 수많은 이슈들을 모두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M&A의 목적과 피인수기업의 특성을 고려해 그에 맞는 통합 전략을 실행한다면, 통합에 있어 실패 확률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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