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할, 나누면서 커진다 기업분할, 나누면서 커진다

조영무 | 2002-03-13 |

기업분할은 공시일을 전후하여 시장수익률 이상의 주가 상승을 유발하였다. 특히, 인적분할의 경우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분할의 경우에 주가 상승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기업분할을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나자 기업분할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상장, 등록업체 가운데 기업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2000년의 13개에서 2001년에는 19개로 늘어났다. 이처럼 기업분할이 증가한 원인은 여러가지다. 기업을 분할함으로써 비대해진 사업구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 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 등을 들 수 있다.


기업분할과 주가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 기업분할을 공시한 16개 거래소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간의 주가 반응을 살펴본 결과, 기업분할의 공시는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주가상승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 효과는 공시일 이전부터 나타났다. 공시일 2달 전부터 공시일까지 기업분할 기업들은 평균 6.8%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이는 기업분할의 공시 이전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해당 기업의 기업분할을 인지 또는 예측하고 있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할로 인한 주가 상승 효과는 공시일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일 이후 2개월 동안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수익률은 평균 4.6%에 달하고 있다.

기업분할로 인해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회사가 여러 사업을 영위함으로 인해 각 사업부문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면 분할 후에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 PER가 낮게 형성되는 사업과 PER가 높게 형성되는 사업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은 평균적 PER로 밖에 평가되지 않는다. 그러나 PER가 높게 형성되는 사업부문을 분할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개별 사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어 주가는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첨단사업을 별도로 분리해 성장성을 부각시키는 경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둘째,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규자금조달이 원활해질 수 있다. 기업분할로 사업영역이 특정분야로 집중되면서 특정 사업에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가 쉬워져 자금조달이 용이해진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특정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외자유치 또는 전략적 제휴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비대해진 사업구조의 분할을 통해 투자, 운영, 관리 측면의 최적화를 기할 수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비핵심사업은 분리하며 새로운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향상시키면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인적분할시에 더 올랐다

기업분할의 방법에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있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은 분할전 회사의 주주가 분할후 회사의 주주가 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인적분할은 분할전 주주들에게 주식소유비율대로 분할후 회사의 주식을 배정하는 형태이다. 이 경우 분할후 회사의 주식은 곧바로 상장이나 등록이 가능하다. 물적분할은 분할후 회사의 지분을 분할전 주주에게 배정하지 않고 분할전 회사 자신이 취득하는 형태이다. 이 경우에는 상장이나 등록시에 보통 기업과 동일한 절차가 요구된다.

주가 상승 효과는 기업분할의 방법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분할이 물적분할보다 주가상승 폭이 컸다. 두 방법 사이의 주가상승률은 최고 30%p까지 차이가 났다.

인적분할의 경우에는 공시일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시장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하였으며 공시일 2달 전을 기준으로 이후 4개월 동안 시장수익률 대비 평균 24.5%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하였다. 물적분할의 경우에는 공시일 이전에는 도리어 시장수익률 대비 평균 -6.4%의 수익률을 나타냈으며 분할공시 이후의 주가상승 정도도 인적분할에 비하여 작았다.

물적분할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에는 분리, 신설된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므로 분리된 회사의 실적은 지분법을 통해 존속회사에 그대로 연결된다. 따라서 기업분할 이후에 모회사의 재무구조는 달라지더라도 지분법 평가에 의한 순이익은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물적분할의 경우에 분할전 기업의 주주는 동일한 순이익을 기록하는 모회사의 주식만을 소유하게 되므로 주가가 상승할 유인이 작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인적분할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 분할전 기업의 주주는 기존회사와 분할회사의 주식을 모두 취득하게 된다. 주주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서 다양한 투자선택을 할 수 있으므로 주식보유의 효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인적분할이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는 분할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적분할의 주가상승폭이 물적분할의 주가상승폭보다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시 가장 많이 올랐다

기업분할의 목적에 따라서도 주가 상승 효과에 차이가 있었다. 분석대상 기업의 분할 목적을 기업지배구조 개선, 업종전문화, 부실기업처리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살펴본 결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하여 기업분할을 실시하는 경우에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업분할의 경우 공시일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초과수익률을 나타내 공시일부터 2개월동안 평균 23.5%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업종전문화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완만한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평균 4.9%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하였다. 부실기업처리의 경우 공시일 이전까지는 3가지 유형 중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나타냈으나 공시일 이후에는 도리어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분할목적을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공시한 기업분할은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업종전문화도 분할목적으로 공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유형과 업종전문화의 유형 사이에 나타나는 약 20%의 주식수익률 차이는 지주회사 설립으로 인해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출자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소위 governance premium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제조와 투자부문이 혼재되어 있는 경영자원을 분리, 집중화함으로써 경영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가능해진다. 각 사업부문의 실적이 명확해져 분할 회사의 경영자는 해당 회사의 정책 수립 및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경우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투명성이 제고되는 효과와 함께 경영성과의 책임소재가 분명해지는 책임경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의 속성상 특정사업 부문별 투자성과 측정 및 투자회수 여부의 판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단순한 업종전문화에 비하여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분할의 경우에 주가가 더욱 상승하는 것이다.

부실기업 처리의 경우 공시일 이전에 다른 유형에 비하여 비교적 높은 주가상승이 나타났던 것은 부실기업의 처리 방침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분할로 경영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미리 주가에 반영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기업분할로 처리 방향이 확정된 이후에는 이러한 상승세는 지속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각 유형별 기업의 속성을 살펴보면 재무적으로 건전한 상태의 기업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기업분할 공시일 이전 3년 간의 재무비율 평균값을 비교해 보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업종전문화, 부실기업처리의 순으로 해당 기업군의 수익성 비율과 안정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이미 재무적으로 우량한 기업들로서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분할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투명경영, 책임경영으로의 사고 전환

IMF 이후 한 때 합병 열풍이 불었다. 얼마 전까지도 부채비율을 줄이고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고 계열사 수를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합병이 선호되었다. 그러나 시너지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이질적 업종간의 단순한 결합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제는 분할 열풍이 불고 있다. 바야흐로 기업의 구조조정 전략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계열기업의 갯수가 문제가 아니라 수익성, 재무건전성, 높은 주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주가상승이라는 신호를 통해 이를 반기고 있다. (1÷2)×2가 1보다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규모를 늘리는 합병과 기업의 규모를 축소하는 기업분할은 상반된 개념이다. 그러나 양자 모두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은 동일하다. IMF 이후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1998년 상법이 개정됨으로써 본격적으로 허용된 기업분할은 점차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기업분할을 실행한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반기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시대적 조류에 부합하는 변화라는 점이다.

첫째, 주주와 채권자의 요구에 부합한다. 투자자들은 개별 사업의 타당성에 근거하여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점차 그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자본은 이미 스스로 분산투자를 행하고 있으므로 다각화기업보다는 스스로의 투자목적에 부합되는 전문화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기업분할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사업부문을 단순화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둘째, 시장이 요구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부합한다. 점차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핵심 주력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시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투자성과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가 지속되는 한 당분간 기업분할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수단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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